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주식자금을 5조원 넘게 빼갔다. 하지만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은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채권 보유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국내 채권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지난 한 달만 7조원 이상 밀려든 것이다.
주식은 팔고, 채권은 사고
13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자금은 43억2천만달러 순유출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약 5조3천억원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4월 17일, 27일, 29일 등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모두 순매도했다.
주식과 달리 국내 채권은 계속 사들였다. 4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58억2천만달러, 우리 돈으로 7조1천억원 규모가 새로 들어왔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이 지난달 말 140조4940억원으로 늘었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시장은 다르다
지난 한 달만의 일이 아니다. 올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은 지속적으로 순매도한 반면, 채권은 계속 사들였다. 올들어 지난 2월부터 외국인들은 주식을 계속 팔아치웠다. 순유출금액은 무려 176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국내 채권은 1월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순매수가 늘고 있다. 올들어 순 유입 규모만 138억 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은 다른 신흥국에서는 주식은 물론 채권도 팔았다. 올들어 지난 달까지 외국인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멕시코, 남아공 등 6개 신흥국에서 총 410억달러 어치의 채권을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220억달러 어치를 순매수했다. 확실히 한국시장은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채권을 사는 이유
일단 투자유인이 있다. 3월 말 연 1.55%까지 치솟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기준 1.47%까지 내렸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오른다. 금리 하락과 원달러 환율 하락을 예상한 투자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감안하면 원화 강세가 가능하다. 환율에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외국인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이익이 발생한다. 한국 채권이 ‘안전 자산’ 대접을 받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국가 장기 신용등급(AA)은 선진국 범주에 들어간다.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도 신용등급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국가신용등급도 높고 금리 역시 한국의 정책금리나 장기 금리 수준이 AA등급 국가 중 가장 높다. 주요 선진국을 비교해 봐도 금리는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43%대로 미국,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 대만보다도 높다.
꾸준한 한국채권 인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별히 코로나 발생이후에 발생한 현상도, 혹은 올해만의 상황도 아니라는 말이다. 2010년 74조원이었던 수치가 2016년 잠시 주춤한 이후 매년 9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2012년 57조1000억원이었던 국고채 잔액은 지난해 98조3000억원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별로는 중장기투자자인 외국 중앙은행의 보유잔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도 장기화 되는 추세다. 국고채로만 보면 평균 만기는 5.37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