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太平洋快訊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도 미-중 패권 다툼?

페이스북 ‘리브라연합’ 맞선 ‘한·중·일·홍콩’ 법정화폐 연동 스테일블코인 주창

 

지난해 페이스북은 이른바 리브라 백서를 통해 “세계 각국 통화에 연동된 리브라연합이 복수의 법정화폐를 단일 글로벌 화폐로 통합,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통화 주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마치 달러가 그렇듯이 가상 기축통화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에 반발한 것이다.

결국 이런 반발에 부딪혀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이런 계획을 접고 각각의 법정화폐에 개별적으로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여러개 개발하기로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법정화폐의 가치에 따라 그 가치가 함께 움직이는 암호화폐를 말한다. 이로써 미국 달러에 연동한 리브라 코인, 유로에 연동한 리브라 코인 등 각국의 법정화폐마다 따로 따로 연동된 여러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이 출시될 전망이다.

리브라, 블록체인 국제기축통화 연상케
달러, 유로 등 각각의 법정화폐에 연동한 개별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게 되면 통화 바스켓에 새로운 통화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면 이에 연동한 디지털 토큰을 그때마다 따로 발행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리브라의 통화 유연성은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내심 의도했던 가상 기축통화와 같은 역할이나 기능도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역할을 리브라연합이 완전히 포기했다곤 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비록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의 반발에 일단 물러서긴 했지만, 국제적 교환수단으로서의 접근성이나 유용성 등은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리브라는 일단 각국의 법정화폐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을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개인간에 혹은 국제적으로 기존의 통화를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치중할 계획이다.

‘단일 글로벌 화폐’가 리브라의 애초 목표
또 애초 단일 글로벌 화폐를 겨냥했던 리브라 네트워크의 기술적 요소엔 변함이 없다. 지속적인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통해 리브라 네트워크에 대한 진입 장벽을 최대한 없앰으로써 궁극적으로 오픈소스 형태로 나아갈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리브라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P2P(개인 간)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화폐 시스템이나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P2P 결제 방식은 오직 블록체인으로 설계된 구조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보안에 대한 위험이 전혀 없는, 확장성 있는 P2P 결제 네트워크는 리브라 시스템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리브라연합 스스로도 “리브라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기존의 법정화폐를 보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임을 공언했다. 이들 법정화폐와 경쟁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리브라 코인 자체가 복수의 통화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리브라 네트워크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고 국내 결제 규모가 커지면, 각국의 통화 주권과 통화 정책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중국인민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제안
이같은 리브라의 전략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역시 중국이다. 최근 중국에선 마치 리브라연합을 의식이라도 한 듯, “한국, 일본, 홍콩과 중국의 법정화폐에 동시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일단 스테이블코인 개발 업무는 중국인민은행이 주도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가치의 잣대가 되는 법정화폐의 구성은 각국 경제 규모에 따라 기여 규모가 정해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 제도와 비슷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디지털지갑으로 국가간 결제․청산 효율화”
이는 애초 페이스북이 시도하려 했던 리브라 프로젝트의 구상과 비슷하다. 리브라는 단일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개별 법정화폐에 각각 연동되는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바 있다.

그래서 “아시아 4개 국가의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역내 교역이 활성화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게 중국의 표면적 주장이다. 디지털 지갑 등을 활용한 새로운 결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국가 간 결제와 청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反리브라’ 가상 통화블럭으로 해석 여지도
특히 4개국의 국제 결제 업무 개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설하고 홍콩의 시스템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전반적인 스테이블코인 도입 업무는 인민은행이 주도·감독하되, 민간 기업들이 최신 금융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을 개발·출시한다.

해당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지갑에 보관해 사용하며, 그 가치에 해당하는 현금을 준비금 개념으로 수탁 업체에 맡겨야 한다. 이를 위해 홍콩 통화청과 인민은행은 관련 규제를 마련해 국가 간 거래를 감독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자금세탁을 방지한다.

또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위안이 출시되기 전에 도입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론 디지털 위안과 호환될 수 있다. 그야말로 미 달러화에 맞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승격시키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연합에 맞서 디지털 위안화를 기반으로 한 ‘反리브라’ 가상 통화블럭을 만들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디지털 위안화와 최종 호환되는 스테이블코인 주창
이같은 중국 전문가들의 제안은 역외 위안 거래의 70%가 홍콩에서 처리되는 등 홍콩이 중국 본토와 아시아 국가들을 잇는 금융 요충지라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가 홍콩 내 디지털 자산의 교환과 거래를 허가하는 제도를 신설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스테이블코인 출시는 홍콩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적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인민은행도 홍콩과 마카오, 중국 광둥성을 잇는 금융 시장 체계를 재편하고 국제 금융 서비스 개선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접목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