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太平洋快訊




전기차배터리사업, 4대재벌의 합종연횡

국내 4대 그룹인 삼성·현대자동차·LG·SK 등이 모두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최대 수요처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다.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공급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요처는 현대차, 3대그룹은 공급경쟁

정의선-구광모 만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주 구광모 LG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한다. 정 부회장은 오는 22일 충청북도 청주시 소재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배터리 기술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오창공장은 글로벌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의 배터리 핵심 생산 기지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차세대 전기차 사업 관련 논의를 한 지 한 달만이다. 이번 만남은 LG그룹 측에서 현대차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전부터 배터리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현대차는 주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를 채택해 왔다. 현대·기아차와 LG화학은 바로 전날(18일) 공동으로 전기차·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 전기차 분야 경쟁력을 함께 강화해 나갈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조만간 최태원 SK 회장을 만날 가능성도 예상된다.

 

현대차와 LG

현대차그룹은 2016년 LG화학 배터리가 채택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한 후 삼성전자나 삼성SDI와의 협력 가능성을 비친 적이 없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해왔다. 2010년 현대모비스 51%, LG화학 49%를 출자해 설립된 HL그린파워는 배터리팩 개발·제조·판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현재 LG화학에서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팩을 만들어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는 LG화학 제품이 주로 탑재돼 왔다. 중국을 제외하면 국내를 비롯해 다른 대부분 지역에서 출시하는 전기차에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LG화학의 물량이 가장 크다.최근에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배터리 2차 공급 물량을 따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와 LG화학은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배터리 합작회사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와 LG화학이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오랫동안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배터리 생산 공장을 함께 짓기 위해 후보 부지를 물색 중이었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SK이노베이션도 기아차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발주하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기아차는 주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채택해 왔다. 정 부회장이 방문했던 삼성SDI 천안사업장에는 전기차 배터리 파이널 라인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배터리 3사가 ‘현대차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와 모두 원활한 파트너십을 갖는 편이 낫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다수의 배터리 회사와 동맹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자동차 그룹도 특정 업체와의 관계만을 강화하기 보다는 여러 회사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편이 낫다. 경쟁 관계를 유도해 더 나은 조건을 얻어낼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존에 이어왔던 배터리 협력뿐 아니라 새로 만들어낼 전기차들을 위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에 더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기차는 정부가 ‘한국판 뉴딜’로 육성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밝힌 3대 신성장 산업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그리고 미래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