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太平洋快訊




위기의 P2P, 변화모색 기업공개추진, 소비자보호도 나서

P2P
P2P 금융업체들이 기업공개(IPO)에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아직 국내 P2P 업계에선 IPO 전례가 없다. 원금손실과 연체율 급등 사례로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악화된가운데 이뤄지는 기업공개가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기업공개 추진하는 기업들

13일 데일리펀딩은 IPO 추진 의사를 밝혔다. 데일리펀딩이 구상하는 상장 방식은 미국의 테슬라처럼 당장은 적자를 내지만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상장을 허용하는 ‘이익 미실현’ 방식이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데일리펀딩은 올 3월을 기점으로 누적대출액 4000억원을 넘어섰다. 상환율은 83%대로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43곳의 평균 상환율인 76.06%를 크게 웃돈다. 연체율은 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부동산담보 전문 P2P금융업체인 투게더펀딩(투게더앱스)도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 주간사인 미래에셋대우·대신증권과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설립 때부터 안전자산인 부동산 담보 대출 상품에 주력해온 투게더펀딩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누적 대출액은 6791억원, 상환율은 72.69%, 평균 수익률은 연 11.4%다. 연체율은 1.99%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부동산 담보 P2P업계에선 처음으로 누적 대출액 5000억원을 넘겼다. 자기자본이 적은 투게더펀딩은 데일리펀딩과는 다른 상장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해도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차별성과 시장선점 효과 등을 인정 받으면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사업모델 기술특례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신용과 사업자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에잇퍼센트도 상장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상장 주간사는 대신증권으로 사업모델 기술특례나 테슬라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이 필요한 개인과 투자자 다수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연결해온 에잇퍼센트는 지난달 말 기준 플랫폼 회원수가 94만명을 초과했고 이달 1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에잇퍼센트의 누적 대출액은 3045억원에 달하며 상환율은 75.7%, 수익률은 11.19%다.

 

금융당국의 소비자경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전체 업계의 분위기는 좋지않다. P2P대출 잔액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연체율이 15%를 웃돌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투자 주의에 당부하고 있다.

2017년 말 P2P 대출잔액은 8000억원이었지만 2018년 1조6000억원으로 두 배로 늘었고 2019년에는 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3월 18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 수준에 근접한 2조3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30일 이상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3월 18일 기준 연체율은 15.8%로 지난해 말 11.4%에서 무려 4.4%포인트나 급증했다. 특히 부동산 대출상품 취급 비율이 높은 업체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2월말 기준 부동산 대출상품만 취급하는 16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20.9%로 나머지 28개사 평균 연체율 7.3%에 비해 2.9배 높았다.

당국은 P2P대출에 대한 소비자 주의를 발령하고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실제 P2P대출은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며, 투자 결과는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돼 P2P업체 선정시 금융위 등록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P2P대출 투자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므로 소액·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의 자구책

P2P금융사들도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각종 자구책을 마련, 실천하고 있기는 하다. ‘피플펀드’는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에 나서기 위해 아파트 담보채권의 매입 확약 비중을 평균 70% 수준으로 늘렸다. 기존 아파트 담보채권의 매입 확약 비중은 평균 55% 수준이었다. 피플펀드는 매입 확약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방식으로, 대형 매입법인과 일정 기준을 충족한 채권에 대해 2주 안에 100% 매입을 보장하는 매입 확약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담보채권 매입 확약’은 전문 법인이 부실 담보채권을 특정 기간 안에 사전에 협의한 조건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직접 담보를 확인시켜주는 방식으로 투자자 신뢰도 제고에 나선 P2P금융사도 있다 ‘디에셋핀테크’가 운영하는 ‘디에셋펀드’는 지난 10일 투자상품의 담보물을 보관 중인 경기도 용인시 소재 아이린냉장에서 ‘Asset-Protection Tour’를 진행했다. 현장에서 투자자들은 물류창고 현장 실사를 통해 담보물로 잡혀있는 수입축산물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sset-Protection Tour’는 디에셋펀드가 선보이는 색다른 투자자 신뢰 강화 프로그램이다. 투자자가 담보물이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실물을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혁신서비스로 남을까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크라우드 펀딩을 기반으로 하는 P2P 대출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다. P2P 대출은 기본적으로 대출을 원하는 이들이 플랫폼을 통해 신청하면, 투자자 개인 판단에 따라 이율과 상환 기간을 합의하고 해당 금액을 모아 대출하는 방식이다. 신청자들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정보와 신용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금액을 정한다. 플랫폼 업체들은 신청자와 투자자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금융서비스로 대출 신청자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초저금리 시대에 또 하나의 새로운 투자 대안이기도 하다. P2P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됐다.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는 스타트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제도권 진입은 지난해 10월31일, P2P 대출법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법제화에 성공하면서 이루어진다. 법제화에 따라 금융업으로 인정받은 P2P 대출업은 투자 수익 27.5%에 달하는 세율도 15.4%로 낮아졌다. P2P대출의 급속한 성장의 배경에는 부동산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P2P 금융 대출의 66%가 부동산 대출이다. 하지만 부동산에 편중된 대출은 건설 경기 부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져 갈수록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늘어나는 연체율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은 결국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금융위원회는 감독규정과 시행세칙 제정안을 마련해 P2P 투자 한도를 하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