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太平洋快訊




계산과학과 데이터 마이닝으로 본 ‘인포데믹’

韓國

팬데믹 속 코로나 감염도 2.0, ‘가짜정보’ 감염도 3.3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도 팬데믹(Pandemic)과 함께 왔다. 즉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인 인포데믹은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최근 자체적으로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이처럼 가짜뉴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세계 각국에서 가짜뉴스가 재생산되는 인포데믹 현상을 분석, 공개했다. 이는 특히 데이너 마이닝에 계산과학 기법을 가미한 고도의 분석들을 적용, 팬데믹의 감염도보다 높은 인포데믹의 감염도(RO)를 산출, 눈길을 끌고 있다.

 

감염병 확산 ‘기초재생산지수(R0)’ 적용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은 최근 이화여대 간호대학 연구진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분석했다. 인포데믹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중국에서 생산된 주요 가짜뉴스 200여 건을 수집하고, 이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 공통으로 확산된 정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아시아와 이란, 유럽 등의 가짜뉴스도 채집했다.
이같은 인포데믹 현상이 코로나 사태에 끼치는 악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기초과학원에 따르면 이를 알기 위해 이탈리아 국립연구회 연구진은 지난 3월 10일 가짜뉴스의 전염력을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학술논문 사전공개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들은 감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수학모델인 기초재생산지수(R0)를 이용해 SNS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전파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R0는 특정 감염병에 감염될 수 있는(감수성이 있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에서 감염자 1명이 유입됐을 때 몇 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R0가 1이라면 1명의 감염자는 새로운 1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자신은 회복(혹은 사망)한다. 결과적으로 이 집단에는 총 1명의 감염자만 남고, 감염자의 수는 많아지지도 적어지지도 않게 된다.

 

가짜정보, 1명이 3.3명에게 전파
연구진은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5개의 SNS 채널(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래딧, 갭)에 게시된 134만 건의 포스트와 746만 건의 답글을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질병의 이름을 COVID-19로 명명했던 1월 20일을 기점으로 게시 글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채널에 게시된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R0는 평균 3.3으로 분석됐다. 감염병에 있어 R0가 1보다 크면 팬데믹 발생 위험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게시 글의 R0가 3.3이라는 것은 인포데믹이 발생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SNS 상 정보의 R0는 코로나-19의 R0(2.0~2.5 수준)보다 높았으며, 신뢰성 있는 출처의 정보 글(진짜뉴스)과 출처 미상의 정보 글(가짜뉴스)이 동일한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SNS 채널 별 누적 게시 글 수(위)와 기초재생산지수(R0, 아래). 인스타그램의 경우 신규 사용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생산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R0가 100이 넘는 것은 실제 감염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 백태…
인포데믹 현상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만국 공통의 가짜뉴스다. 마늘 섭취, 소금물로 입안 헹구기, 참기름을 콧속에 바르기 등의 민간요법과 10초간 숨 참기로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 등이다. 코로나-19가 먼저 발발한 중국에서는 오래전 이들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국경을 쉽게 넘어간 가짜뉴스와 달리, ‘팩트체크’된 정보가 국경을 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만 퍼진 가짜뉴스도 있다. 불꽃놀이가 바이러스를 소멸시킨다든지, 울금(중국 약재)이나 항고혈압제가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정보가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거짓 정보는 중국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않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며 근거 없는 희망이 거짓 정보에 담겼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시아에서만 전파된 가짜뉴스도 있다. 품질이 낮은 마스크를 여러 겹 겹쳐 쓰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높아진다는 가짜뉴스, 의료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대한 뉴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중국 우한 의료진은 매일 컵라면만 먹고 있다거나, 대구 의료진이 자비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시아 지역은 국민 1인당 의료인의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적다. 급격히 늘어난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의료진의 현실이 일부 반영되어 가짜뉴스가 생겨났을 것으로 파악되었다.
물론 SNS에서 공유된 일부 정보는 사실로 확인됐다. 신발을 집밖에 두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비말을 통해 튀어나온 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24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상태로 3시간 이상, 종이 표면에서 최대 24시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의 표면에서는 2~3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가 통제되더라도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혼란과 두려움’, 인포데믹 확산시켜
그러나 여전히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보들도 있다. 비타민C 주사나 섭취가 확진자의 증상을 완화한다는 정보가 대표적이다. 동전이나 화폐로 감염된 사례가 있다는 내용도 미확인 정보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만약을 대비해 화폐를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을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정보들이 언어를 바꾸며 새로운 나라에서 다시 전파되는 것은 혼란과 두려움 때문이다. 이같은 인포데믹 현상은 지역사회와 국가, 국제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신체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와 손 씻기를 소홀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외부 벽을 해체해 바이러스를 소멸하게 하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루머를 앞선 팩트’ 프로젝트로 인포데믹 대항
연구진에 따르면 인포데믹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 사례는 국내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종교단체에서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소금물 스프레이를 교인들에게 뿌리고 코로나-19에 단체로 감염된 사건이 사회적 손실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이란에서는 몸속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인다며 메탄올(공업용 알코올)을 마셔 수십 명이 숨지기도 했다. 가짜뉴스 속 자가진단법으로 검사를 마친 확진자들이 거리로 나선다면 또 다른 집단감염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검증을 거친 사실 정보를 가짜뉴스가 생성되기 전에 각국에 전파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면, 인포데믹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가짜뉴스를 여러 언어로 번역하여 선제적으로 알리는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 프로젝트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