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3일)부터 고가주택 사실상 거래허가제
코로나의 영향이 부동산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거래감소 추세가 확연한 가운데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값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뛰고 있기도 하다. 마침 13일부터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거래허가제가 실시된다. 코로나 19 이후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진행될까.
코로나 19 영향과 수도권 집값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 상승폭은 소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비규제 지역인 군포, 오산 등도 본격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은 강북권과 경기도지역에서 비롯된다. 강남 고가주택 하락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강북권과 경기도에서 교통·개발 호재가 있는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오름세는 여전하다.
한국감정원이 12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02%, 수도권은 0.28% 올랐다. 한 주일 전보다 상승 폭이 커졌는데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 폭이 커진 것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12주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매 심리는 크게 위축돼있다. 하지만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노원구 0.09%, 강북구 0.09% 도봉구 0.08%가 올랐다. 강남권 하락 추세는 여전하다. 강남과 서초는 다 값이 내렸다. 다만 중대형 급매가 소진되며 하락 폭을 줄였다. 수도권은 수원과 용인, 성남의 상승세가 주춤한 반면, 구리·오산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커졌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여전하다. 조정대상지역이 확대된 수원은 조금 추세가 꺾인 반면, 원래 조정지역이었던 용인은 여전히 많이 오르고 있다.
집값이 크게 뛴 곳은 구리와 오산이다. 별내선 연장 같은 교통 호재가 있거나 신축 수요가 꾸준한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뛰었다. GTX B노선 호재가 있는 송도와 동춘동을 중심으로 연수구 집값도 많이 올랐다. 감정원은 코로나19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있어 향후 추세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재건축 단지는 하락, 신축은 여전
서울 집값은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면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준공이 오래되지 않은 신축단지들은 실거래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한 곳도 나오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2월 최저 20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평형 실거래가는 지난 1월에는 22억원, 지난 12월에는 23억5000만원이었다. 서초동 진흥아파트 전용 101㎡역시 지난해 12월 20억4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18억3000만원까지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재건축 단지들의 실거래가가 눈에 띄게 하락한 반면,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단지들은 오히려 상승하기도 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래가 거의 없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집값이 떨어질 분위기는 아니다. 2015년 입주한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94㎡형의 경우 지난해 7월 28억원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34억원으로 오히려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준공된지 10년 가까이 된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9월 23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에는 이보다 더 오른 2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약세가 신축단지보다는 재건축 단지들을 위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올해 들어 주간 변동률이 6차례 하락한 반면, 일반아파트는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최근의 주택시장은 기존 가격 상승을 주도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호가가 하락하고 급매 위주로 거래되고 있지만, 서울 강북 중저가와 경기도 아파트값은 오름세가 여전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코로나 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거래 건수는 줄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구리다. 구리의 집값은 올해 초부터 누적으로 6.47% 상승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주일간 인천 집값 상승률은 12년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13일부터 사실상 주택거래 허가제
13일부터 사실상의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내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살 때는 자금조달계획서 상에 매입 자금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잔액 잔고증명서, 주식거래내역서, 증여·상속신고서나 납세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이나 원천징수영수증,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임대차계약서, 부채증명서나 대출신청서, 차용증 등 15종에 달하는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미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작년 12·16대책의 대출 규제 강화와 코로나 영향으로 거래 감소 추세가 확연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81건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결국 장기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이어 자산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재건축 사업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는 것처럼, 전체적인 약세장 속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폭락 위험성은 낮다는 평가다. 추가 금리 인하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추더라도 부동산 시장에 추가적 상승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코로나 19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6월 이전에 종식된다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